할미꽃 / 문정희
이곳에 이르러
목숨의 우리 소리를 듣는다.
절망해 본 사람은 알리라
진실로 늙어본 이는 알고 있으리라
세상에서 제일 추운 무덤가에
허리를 구부리고 피어있는
할미꽃의 둘레
이곳에 이르면
언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.
꽃이란 이름은 또 얼마나
슬픈 벼랑인가
할미꽃
네 자줏빛 숨결에
태양이 가라앉는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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