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는 누구인가.
그들이 종종 말하기를
나는 감방을 걸어나올 때
마치 왕이 자기의 성에서 걸어나오듯
침착하고,활기차고,당당하다고 한다.
나는 누구인가.
그들이 종종 말하기를
나는 간수에게 말을 건넬 때
마치 내게 명령하는 권한이라도 있는 듯
자유롭고,다정하고,분명하다고 한다.
나는 누구인가.
그들이 또한 말하기를
나는 불행한 날들을 견디면서
마치 승리에 익숙한 자와 같이
평화롭고 ,미소 지으며,자연스럽다고 한다.
나는 정말 다른 이들이 말하는 그런 존재인가.
아니면 다만 나 자신이 알고 있는 자에 지나지 않는가.
새장에 갇힌 새처럼 불안하게 뭔가를 갈망하다 병이 들고
손들이 나의 목을 조르고 있는 듯 숨 가쁘게 몸부림 치고
빛깔의 꽃들과 새소리를 갈구하며
부드러운 말과 인간적인 친근함을 그리워하고
사소한 모욕에도 분노로 치를 떠는.
그리고 위대한 사건들을 간절히 고대하고
저 멀리 있는 친구들을 그리워하다 힘없이 슬퍼하고
기도하고 생각하고 글쓰는 일에 지치고 텅 빈.
무기력하게 그 모든 것과 이별할 채비를 갖춘 그런 존재.
나는 누구인가.
이것인가.저것인가.
오늘은 이런 인간이고.
내일은 다른 인간인가.
아니면 동시에 둘 다인가.
타인 앞에서는 위선자이고.
자기 자신 앞에서는 경멸할 수 밖에 없는 가련한 약자인가.
나는 누구인가.
이 고독한 물음이 나를 비웃는다.
하지만 내가 누구이든
신은 안다.
내가 그의 것임을.....
*나치에 항거하던 행동주의 신학자 "디트리히 본회퍼"가 베를린 감옥에서 숨을 거두기 전에 쓴 시*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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